안녕하세요. 평소 조용히 눈팅만 해왔던.. 샤이하고 소심한 레드 호소인 입니다. 어제 서울전이 끝나고도 여전히 시끄러운 연고이전 이슈와 관련해 개인적인 생각을 남기고 싶어서 용기내보았습니다. 글솜씨도 형편없고 정리도 잘 못해서 글이 좀 길어질 듯 하니 시간 없으신 분들은 그냥 패스하셔도 좋겠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기업구단이 본인들의 필요에 따라 스포츠팀의 연고지를 옮기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축구만큼 좋아했던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씁쓸하지만 참 빈번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매끄럽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수가 적든 많든 팀에 애정을 보여온 지역 팬들을 두고 떠나버리는 일이니까요. 
 

타의적으로 LG가 처음 안양으로 왔을 때 맘에 들진 않았어도 축구팀은 또 유지해야 했을테니 당시 구단은 나름대로는 안양시와, 그리고 새로 생겨날 지역 팬들과도 잘 지내보려 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의 돈벌이도 생각해야 했을 거고 서울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때만 해도 불명확했을테니까요. 안양시민구단이니 뭐니, 하면서요. 그 팀 말대로 서울에 미련은 계속 있었다지만요.

 

그리고 다시 돌아갈 기회가 생겼을 때, 이전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면서도 당시 팀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했던 안양 서포터즈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반발도 걱정이었을 것이고.. 아무래도 조심스러웠겠지요. 그렇게 부인하고 뭉개다가 모든 것이 결정된 후에야 시에서 약속했던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느니, 원래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느니, 뭐 그런 초라한 핑계만 대며 떠나버린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이 이슈는 토론이 필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전의 절차적 적법성 같은 게 논점이 아니니까요. 이전이니 복귀니 하는 말장난도 싫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랑했던 팀을 잃고 남겨진게 결국 누구인가’ 입니다. 안양으로 올 때와 달리 서울로 간 건 전적으로 구단의 자의적인 선택이었죠. 안양 팬들에게 충분한 양해나 설명 과정도 없었구요. 그런 상황에서 한순간에 버려진 안양 팬들이 구단에 배신감을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팀 팬들.. 북패라고 여기저기서 조리돌림 당하는 거 지겹다,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너님들은 팀이 너님들 말대로 돌아왔잖아요. 

 

그럼에도 저는 그 원망의 화살을 그 팀 팬들에게 돌리고 싶진 않습니다. 물론 구단이 어필해온 편향된 시각의 역사에 길들여져 구단이 안양으로 쫓겨난 이후로도 계속 서울로 수차례 돌아가려고 했다, 연맹이 인정한 연고 복귀다, 안양시의 지원이 부족했다, 뭐 이런 이야기를 구단의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 보면 종종 안타깝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본질은 아니니까요. 그들도 대부분 시작은 그냥 단순히 축구가 좋았고 응원하는 팀이 생긴 것 뿐 아니겠습니까. 어디에나 있는 소수의 과몰입러 혹은 찐따, 또라이들을 전부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FC안양은 2013년에 창단한 우리 팀이고 우리를 떠난 그 팀과는 이제 완전히 다른 팀입니다. 물론 안양의 축구팀을 응원했던 서포터즈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지만요. 경기장에서의 홍염 퍼포먼스, 이제 안 할거고 팀 서포터즈간 불필요한 충돌, 당연히 그런 것도 없을 겁니다. 우리 팀이나 구단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한 맥락으로 우리 팬분들이 펨코든 그리고 어떤 커뮤든 옛날 자료 찾고 오래된 기사 내놓으며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유튜브나 인스타 댓글에서의 논쟁도 그렇구요. 수요축구회 유튜브 못 나가신 것도 저는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1983 카드섹션? 그런 것도 뭐 계속하라고 하세요. 그거 어차피 우리랑 상관없는 숫자 아닙니까. 

 

우리는 그냥 우리 팀만 바라보면서 지지하고 응원하면 되는 겁니다. 선수들은 축구로 경쟁, 우리는 응원으로 경쟁, 이게 절대적인 정답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음 속으로야 저부터도 그 팀만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적어도 티는 내지 말자는 겁니다. 우리는 이제 1부고 상대할 팀들 하나하나 녹록치 않습니다. 올해 슬로건처럼 도전자의 정신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임해야 하는데, 그래서 잔류해야 하는데 특정 팀에 너무 에너지 쏟지 맙시다. 마치 박지성의 한일전 골 세레모니처럼 우리 그냥 쿨하고 칠하게 대응하면 안 될까요.

 

저는 무엇보다 과도한 관심과 여론이 당장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나 팀에게 독이 될까봐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연고 이전을 둘러싸고 급증한 언론의 관심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어제 경기처럼 언제든 이길 수도 또 질 수도 있는 축구, 그 결과 하나하나에 코칭 스태프 분들이나 선수들이 기죽거나 힘들어할까봐, 진심으로 그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용기내어 글을 올린 가장 큰 이유기도 하구요. 

 

그리고 소신 발언 하나 덧붙이자면, 어제 경기 결과를 올린 안양 인스타 공계 게시물에서 서울 엠블럼 등을 제대로 표기 안 한건 아쉽습니다. 그 팀.. 그렇게까지 스페셜하게 취급 안 해줘도 되잖아요. 그 작업을 위한 고민이나 시간이 굳이 필요했나, 저는 좀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서포터즈 계정이라면 또 모르겠지만요. 우리 팀 공계인데 뭘 올리든 무슨 상관이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올해 많은 경기 중 한 경기 졌을 뿐인데 굳이, 싶었습니다.

 

아. 예상대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빌어 오랜 시간 안양의 축구를 지켜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써내려간 문구 중 뭐 하나라도 당시를 힘들게 버텨내셨던 분들께 혹 상처가 되는 것일까봐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만 그냥 FC안양을 응원하는 한 명의 서포터가 팀에 대한 나름의 애정과 걱정을 담아 쓴 글이라는 점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모두가 올 시즌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결과가 어찌 되든 앞으로 이어질 모든 시즌들에 하나된 마음으로 안양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지루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카바티 안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