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양 축구의 시작은 찐한 낭만이 있는 그 시절 형님들의 입문기와는 다르게 작은 모니터 속에서 시작합니다. 무려 686컴퓨터(팬티엄이나 셀러론으로 추정)를 산 친구 집에서 즐긴 피파 2001이란 게임타이틀입니다. 

저희 집에 있던 피파2000과는 다르게 k리그를 선택할 수 있는 타이틀이었고, 축구는 몰라도 안양은 잘 알던 꼬맹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은 안양lg 진 사람은 수원 삼성을 골라 플레이를 하곤 했습니다.(아마 뉴스에서 안양과 수원의 경기를 종종 보여줘서 이렇게 선택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수원의 샤샤가 성능이 좋아서 수원 승률이 좋았습니다.)

 

아워네이션 첫 직관은 2002월드컵의 열기가 식지 않았을 무렵 부산과의 홈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02년 멤버중에 이영표와 이을용을 좋아했는데 그 선수들을 우리 고장에서 볼 수 있다니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영표 아저씨가 네덜란드에 떠난다며 멋진 정장을 입고 노란색 싸인볼을 차주던 경기를 기억하는데 월드컵 뽕이 빠질때 쯤 자연스레 축구와는 멀어졌고, 축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땐 이미 팀이 사라진 후였습니다(그래서 치타스 시절엔 팬이라고 하기 민망해 몇번 경험해봤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시간이 흘러 2013년 친구를 통해 안양에 축구팀이 다시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양놈 셋은 창단식에 참석했고, 인기 연예인 이휘재(이 이후로 못볼줄은 몰랐는데 ㅎㅎ)와 우리 시장님의 멋진 연설 그리고 형 누나들이 앞에서 안양을 외치고, 뒤에선 휴지 폭탄 날아다니고 조금 정신 없었지만 흥분되고 신이 났습니다. 

 

보라색 옷이 없어 그나마 비슷한 파란색 옷을 입고 처음으로 직관 간 날 봉화대 위의 형들은 너무 멋있었지만 위험하고 무서워보였고, 학창시절 찐따출신으로 다져진 레이더로 저긴 가면 안되겠다 판단 후에 지금 생각해보면 크지 않았던 안양팬덤 내에서도 귀하디 귀한 창단시즌 개인팬을 10년간 지속합니다. 

 

친구들의 흥미가 점점 떨어져 혼자가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안양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작년부턴 소모임활동도 시작해 재미나게 다같이 웃고 울며 다니고 있습니다) 

 

돌고돌아 다시 북패전 당일 소모임 동생의 부탁으로 원정버스 선탑을 잡고, 밴드 캠페인을 위해 준비된 밴드를 각 호차 선탑분들에게 나눠드리고 경기장으로 출발합니다. 2월과 다르게 생각보다 경기장이 작아보인다 던 모임 동생의 말에 우리가 1부 짬을 먹긴 먹었나보다 하며 웃으며 경기 시작. 

 

전반 맹진가 완창까지 골을 안먹혀 안심하고 이른 시간 터진 토마스의 선제골에 흥분의 도가니. 기대하던 유키치의 활약으로 이거 진짜로 이기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쯤 동점골을 먹히고 들려오는 그들의 환호소리. 아쉬운 찬스가 몇 번 흐른 후에 터진 모따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마무리. 준비된 퍼포먼스를 다 끝내고 아워로 돌아와 선수복귀 맞이 후에 귀가했지만 잠이 오질 않아 인스타 댓글 정독(왜 질때만 댓쓰는 너는 오늘은 안단거니 오늘같을 때도 좀 달아라) 구 후에 하이라이트 반복, 익명방 분들과 무한 채팅 하다보니 3시쯤 쓰러져 잔 것 같습니다. 

 

레드플레임에서 본 유니폼은 따라입어도 우리의 이야기는 가져가지 못한다는 글처럼 이도 저도 아닌 가루날리는 천쪼가리입은 녀석들에게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스플릿에서 만날 지 못 만날지 모르지만 만나게 된다면 최시장님이 창단식에서 외치신 아워네이션에서 북패를 잡아내고 다같이 만세삼창을 외치고 싶습니다. 유고위고